
캠핑카에 침대와 수납장을 가득 넣으면 편할 것 같지만, 정작 두 사람이 앉아 쉬는 자리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젖은 의자와 신발까지 안으로 들여놓으면 잠자리와 짐칸의 경계도 흐려집니다. 차 안에 얼마나 많이 넣느냐보다 무엇을 밖으로 빼낼 수 있느냐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PV5 캠핑카를 이야기할 때 눈길이 가는 WKNDR는 바로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풉니다. 기아가 2024년 SEMA에서 공개한 전기밴 콘셉트로, 국내에서 판매하는 PV5 카고에 캠핑 장비를 얹은 출고 모델은 아닙니다. 새 차의 출시 소식보다 캠핑 공간을 나누는 아이디어에 주목할 만합니다.
짐을 밖으로 빼는 기어 헤드

WKNDR의 특징 중 하나는 ‘기어 헤드’라는 외부 수납 구상입니다. 주차했을 때 장비를 차 밖의 보호된 공간에 두고 꺼내 쓰면서, 실내는 사람이 머무는 데 더 넓게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동할 때와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의 짐 자리가 달라지는 셈이지요.
이런 구성이 반가운 상황은 어렵지 않게 떠오릅니다. 의자와 테이블을 꺼낸 뒤에도 큰 가방이 침상 위에 남아 있으면, 쉴 때마다 가방을 앞좌석으로 옮겨야 합니다. 바깥에서 자주 쓰는 물건을 바깥에서 꺼낼 수 있다면 잠자리를 건드리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다만 외부 수납은 짐을 무조건 밖에 방치한다는 뜻과는 다릅니다. 비바람과 먼지, 보관 중인 물건을 챙길 방법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노트북이나 카메라처럼 실내에 보관할 장비와 캠핑 의자처럼 외부에서 다룰 물건을 나누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같은 바닥을 휴식과 식사에 나눠 쓰기

기아는 WKNDR의 실내를 용도에 맞춰 바꿀 수 있는 모듈형 공간으로 설명합니다. 고정 가구로 바닥을 모두 채우는 대신, 필요한 기능을 골라 조합한다는 생각입니다. 캠핑카 내부가 작은 집처럼 보여야 한다는 익숙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두 사람이 짧게 쉬는 여행이라면 큰 주방보다 마주 앉을 자리와 작은 테이블이 더 자주 쓰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차 안에서 식사하는 시간이 길다면 테이블을 펼쳤을 때도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낮에 쓰는 자리와 밤에 눕는 자리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야 합니다.
머무는 순간
먼저 남길 공간
함께 생각할 물건
도착 직후
문 앞의 출입 자리
신발, 우산, 자주 꺼내는 가방
낮에 쉬거나 식사할 때
앉을 자리와 테이블 주변
컵, 식기, 충전 케이블
잠자리에 들 때
몸을 눕히는 면과 출구
침구, 휴대폰, 실내 조명
출발 준비 때
장비를 접고 고정할 자리
의자, 테이블, 젖은 장비
이는 WKNDR의 확정 실내 치수나 취침 인원을 뜻하는 표가 아닙니다. 캠핑 공간을 고를 때 적용할 수 있는 사용 장면입니다. 모듈이 많아도 바꿀 때마다 무거운 짐을 내리고 다시 실어야 한다면 짧은 여행에서는 오히려 손이 많이 갑니다.
조리 공간이 차 밖으로 나가는 이유

기어 헤드는 이동식 식재료·조리도구 수납 공간으로도 활용하는 구상입니다. 식사 준비에 필요한 물건을 외부에서 꺼내 쓰면 실내 휴식 공간과 일을 하는 자리를 분리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은 차 안에서 쉬고 다른 사람은 바깥에서 테이블을 정리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캠핑 중에는 요리하는 순간보다 물건을 꺼내고 씻고 다시 넣는 일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식기와 물통을 침상 아래 깊숙이 넣어두면 매번 허리를 숙여야 합니다. 자주 쓰는 물건의 높이와 꺼내는 방향이 큰 수납함 하나보다 편리함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외부 생활을 늘릴수록 날씨의 영향도 커집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한 날에는 펼쳐 둔 장비를 어디로 옮길지, 젖은 물건이 침구와 닿지 않을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실내를 비우는 장점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밖으로 옮긴 기능을 쓸 수 없는 날의 계획도 필요합니다.
펼친 지붕과 오프로드 외관의 구분

공개 사진에서 지붕을 펼친 모습과 넓게 열린 옆면은 야외에 도착한 뒤 공간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같은 차라도 이동할 때의 크기와 머물 때의 개방감을 다르게 가져가는 접근입니다. 다만 사진만으로 실제 침상 크기나 성인 몇 명의 취침 가능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높아진 차체와 오프로드 타이어도 WKNDR만의 인상을 만듭니다. 이 외관을 보고 국내 PV5 카고가 같은 지상고와 험로 성능을 갖췄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양산 전기밴과 아웃도어 콘셉트는 출발점이 닮았어도 실제 장비와 쓰임은 구분해야 합니다.

캠핑카에서 확장 장비는 펼치는 순간만큼 접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출발할 때 접고 잠가야 하는 부분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주말마다 장소를 바꾸는 여행인지, 한곳에서 오래 쉬는 여행인지에 따라 이런 과정이 편리함이 될 수도, 번거로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태양광이 있어도 충전 계획은 따로

WKNDR에는 태양광 패널과 장비에 공기를 넣는 온보드 컴프레서 같은 야외 활동용 아이디어도 담겼습니다. 다만 태양광 패널이 있다는 이유로 충전소 없이 계속 여행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일조량과 그늘, 사용 전력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에너지가 달라집니다.
사진 속 패널 면적만으로 하루 충전량이나 냉난방 사용 시간을 계산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캠핑 장비에 보조 전력을 공급하는 것과 큰 주행 배터리를 충분히 채우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여행 중 전기를 덜 쓰는 구상과 다음 충전 장소를 정하는 일은 함께 가야 합니다.
PV5 캠핑카 결론

PV5 캠핑카를 고르는 관점을 차값에서 생활 방식으로 옮기면 WKNDR의 재미가 잘 드러납니다. 내부를 가구로 채우기보다 장비를 외부로 나누고, 남는 바닥을 휴식과 식사에 맞춰 바꾸는 발상입니다. 짐을 많이 싣는 것보다 짐을 옮기는 횟수가 적은 구성이 편할 수 있습니다.
지금 국내 차량을 계약하려는 분이라면 WKNDR의 장비를 주문 가능한 옵션처럼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판매 차량과 개조 업체의 실제 구성은 따로 살펴야 합니다. 이 콘셉트에서 가져올 만한 것은 완성 캠핑카의 가격표가 아니라, 내가 차 안에서 비워두고 싶은 자리가 어디인지 묻는 방식입니다.

사진 출처: 기아 공식 WKNDR 콘셉트 자료. 전시 사진에는 AI로 확장한 배경이 포함돼 있습니다.
